#3 전설의 시작은 늘 일상의 어느날
10월의 마지막 월요일 저녁에 만난 직키님과 맛있는 저녁식사 후 카페로 이동해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 유튜브명인 직키는 어떤 의미일까요?
직키님: 아 그거! 이제 제 실명을 아시는 분들은 실명이랑 비슷하게 지어서 ‘직키’라고 했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우선 맞고요.
그 2NE1이라고 아세요?
그때는 이 물음을 듣고 그냥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분 정말 팝을 좋아하시는 분이 맞다. 2NE1을 모를 수가 있나요?! 난 그런 세상에 산 적이 없다.
직키님: 제가 2NE1을 진짜 좋아했는데, 2NE1의 일본 노래 중에 CL님이 시기(時期)라는 뜻의 일본어 ‘じき[지키]’를 되게 감질나게 부르는 파트가 있어요. 그 파트가 살다가 한 번씩 생각나요.
그런데 제 이름이랑도 발음이 비슷하니까, 이름으로 쓰게 됐어요. 근데 그냥 지키라고 하면 검색이 어려울 것 같아서 마지막에 받침으로 기역을 붙였어요. 그때는 아무도 모를 때인데 ‘내가 만약해 유명해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검색은 되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하. ‘지키’에다가 기역을 붙였더니 발음은 똑같은데 뭔가 더 유니크해지더라구요.
나: 되게 직관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결정이었네요.
직키님: 그런가요?
나: ‘지키’가 되게 잘 안 잊혀지는 발음이라는 건데, 이제 그것을 검색도 되게 만드신 거니까!
글을 쓰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이름을 참 직관적으로 잘 지으신 것 같다. 팬메이커는...기억에 남으려나요...?
나: 다음으로, 유튜브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직키님: 그 계기는 완전 심플해요. 제가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하는 일을 하기 전에 영상 쪽으로 일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회사가 망한 거예요. 이제 회사가 그렇게 되니까 할 일은 없는데 눈총을 주니까 뭐라도 하는 티는 내야 되는 상황이 오더라구요. 제 스스로도 일이 없어도 영상 프로그램 만지는 감을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그래서 만들게 된 게 직키 채널이예요. 음악 쪽으로 영상을 만들게 된 건, 제가 영상 디자인 배울 당시에 오디오 스펙트럼을 꽤 예쁘게 만들었었거든요. 그게 생각나서 처음에 음악 관련 영상을 만들게 됐어요.
나: 위기를 기회로 사용하셨네요.
직키: 회사일을 한 건 아닌데요, 뭐. 제 일을 한 거죠.
나: 누가 망하래? 누가 일 안 가져오래?
직키: 그쵸 회사는 회사, 나는 나죠. 하하
나: 음 근데 정말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올리시잖아요. 음악은 언제부터 좋아하셨고 또 그중에서도 해외 음악을 많이 들으시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직키님: 아 이거 진짜 할 말 많아요. 우선 저녁 먹을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희 어머니가 클래식 쪽을 전공하셔서 자연스레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건 아빠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빠가 뽕짝을 되게 좋아하셨어요. 컨츄리 팝송도 좋아하시고. 생각해보니 김광진 이런 분들의 서정적인 노래도 되게 좋아하셨네요.
나: 벌써 다양하네요.
직키님: 네. 엄마, 아빠 두 분의 영향을 다 받으니까 자연스레 여러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아빠는 뽕짝도 듣지, 옛날 대중가요도 듣지, 발라드도 듣지. 생각해보니 아빠가 의외로 정말 다양하게 많이 들으셨네요. 중국 노래도 좋아하셨거든요. 등려군 아시나요? 그 첨밀밀 부른 분.
나: 네, 알아요!
직키님: 그 분 앨범도 아빠가 직접 사오셔서 차에서 몇 번씩 들었어요.
그리고 팝송을 좋아하게 된 더 직접적인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어릴 때 외국으로 어학 캠프를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그때 홈스테이하던 집에서 알람으로 쓰라고 준 게 라디오였거든요. 아침에 특정 시간이 되면 그 라디오에서 그 당시 유행하는 팝송이 나왔어요. 그 노래들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집 밖에서 다양한 나라의 팝을 듣게 되었어요.
라디오에서 그때 전성기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 노래도 많이 나오고 카스카다라고 되게 유로비트로 엄청 유명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리메이크한 노래도 많이 나왔거든요. 그 이후에 한국 돌아와서도 계속 팝을 찾아 듣게 됐어요.
나: 그냥 진짜 인생 전반에 다양한 음악이 있었네요.
이외에도 직키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직키님은 지오디와 신화의 팬이신 적도 있었고, 케이팝에 한창 빠져 있었던 적도 있으며, 라틴, 아프리카, 덴마크, 인도 등 정말 다양한 음악을 들으셨다고 했다. 어쩌면 망해가는 회사에서 수많은 콘텐츠 중 직키님이 ‘음악’ 콘텐츠를 만들게 된 것은 직키님의 어린 시절, 그즈음부터 예견되어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