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 다음 질문은 이렇게 인스타툰을 계속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듣다보니 답을 알겠어요. 말하는 게 좋으니까. 맞아요?
릴리: 맞아요. 너무 좋아하죠. 근데 하나 더 말하자면요. 물론 한국에 안 산 지 너무 오래돼서 너무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K장녀로 나고 자랐던 한국이 제가 경험한 뉴질랜드나 호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삶의 다양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약간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라는 거를 조금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가끔 약간 용기 있는 팔로워 분들이 제게 제 인스타툰을 보고 용기를 얻는다 또는 힘을 얻는다 이렇게 말씀해주시거든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을 보면서 ‘누군가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조금 없지 않은 것 같아요.
나: 다른 사람들이 날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는 게 인스타툰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연히도 이제 제가 릴리한테 인터뷰 질문지를 보낼 때 ‘용기’가 메인 테마 중 하나였거든요?
왜냐면 너를 생각했을 때 그 정체성의 테마 중 하나더라고. 내가 생각하는 너는 평소에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니까. 예를 들면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한테 가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얘기한 게 저한테는 되게 신선한 충격이었거든요.
릴리: 혹시 제 콘텐츠에서도 그런 게 보이나요?
나: 그쵸. 예를 들면, 인스타툰에도 워홀러로 일 하면서 인종차별하는 사람들한테 가서 바로 그러지 말라고 대응했던 일화가 있으니까요.
릴리: 아, 그럼 다행이네요. 이 용기에 대한 질문을 보고 고민을 했거든요. 어쨌든 간에 넌 내 만화 밖에서의 모습을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래서 혹시 그 분들이 불의를 참지 않는 내 모습에 대해 공감을 할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어서요.
만약 제가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제 생각에는 제임스(릴리의 남자 친구)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왜냐면 제임스는 참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진짜로 저보다 더.
예를 들면 제임스랑 저랑 이제 트램에 앉아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백인 할머니가 저희를 제가 계속 빤히 쳐다보는 거예요. 물론 그분 입장에서는 저희가 신기해 보일 수 있지만 불편하긴 하거든요? 근데 제임스가 그 할머니 눈을 딱 쳐다보면서 "Is it everything okay?", "Are you okay?" 이런 식으로 물어봤어요.
저는 ‘뭐 그렇게까지 할 거 있냐’ 이랬는데 제임스가 ‘저 사람도 우리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좀 인식을 해야 된다.’라고 하더라고요. 몇 번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까 저도 조금씩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물론 제 욱하는 성격도 커요. 어쩔 때는 제임스가 저를 말릴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