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늘 사랑] - 팬메이커 발행인 정혜린 인터뷰

#예민한 아이

‘왜 글을 쓰면서 살고자 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진부하지만 저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릴 적 저는 무척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싫어하는 냄새를 조금이라도 맡으면 꼭 토악질을 해야했고, 잠자리가 바뀌면 뜬 눈으로 밤을 샜어요. 참 키우기 어려운 아이였던  동시에, 본인도 산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일찍이 알아차렸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말을 들을 때 그 말뿐만 아니라 그 말을 그렇게 한 까닭, 즉 맥락을 예민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종종 어떤 이의 말 뒤에 있는 맥락을 읽으며 여러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맥락은 사실 개인만의 해석이기도 해서 타인에게 직접 묻거나 하나하나 근거를 대며 따지고 들면 외로워지기 십상이라 그저 가만히 참아야 했습니다.

#예리한 칼날로 살아남기

하지만 아이는 청소년이 되며 자신을 괴롭혔던 그 예민함도 쓰임새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논술과 토론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사람들이 피곤하게 취급하던 예민함이 예리함으로 취급되는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민한 아이로만 취급 받다가 처음으로 예리한 아이로 칭찬받은 저는 처음으로 제 기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나게 글을 써대기 시작했죠. 논술에서는 맞고 틀림, 일치와 불일치, 맥락에 대해 뾰족하게 집어내고 날 선 반박을 해도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으니까요. 덕분에 대학도 갔고요.

#가난, 재채기 그리고

그래서 대학교 2학년때까지만 해도 제게 좋은 글이란, 논리적 설득력이 높은 글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죠. 하지만 좋아하는 노래에 흠뻑 취해있던 어느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내 글은 이 가사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사람들의 마음에 울리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돌아보니 처음부터 제가 원했던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처음부터 옳고 그름을 논하기를 좋아해서 논술이 좋았던 게 아니였어요.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것이, 친구들에게 나 자신으로 인정받는 것이 좋았죠. 즉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랑을 받고 싶어서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 즉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 가사를 쓰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있습니다. 제 글에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기우는 때는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에 대해 썼을 때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난, 재채기 그리고 사랑은 숨길 수 없기에, 제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면 그 사랑이 묻어나오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사랑스러워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