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고객도 만족하고 직원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

나: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제 최애 메뉴가 우디 플래터거든요. 근데 이거 남는 것 맞나요? 안 남는 장사일 것 같아요.

우디: 남긴 해요. 그릇이 작아서 더 많아 보이는 것도 있을 거예요. 좀 큰 걸로 바꿔야 하는데⋯⋯. 그리고 플래터잖아요, 플래터. 그러니까 최대한 많이 드리려고 하는 거죠.

나: 그래도 요즘 물가 생각하면, 가격이 너무 저렴한데요. (우디 플래터 가격은 9,500원이다.)

우디: 우유, 치즈 이런 게 지금 다 올라서 인상에 대한 고민은 사실은 하고 있기는 해요. 저희가 재료를 그러니까 제일 좋은 걸 쓰거든요. 까눌레가 맛있는 이유가 앤이 잘 만드는 것도 있지만 엄청 좋은 걸 써요.

나: 와 비결이 궁금하긴 했어요. 베이킹도 따로 하시는 거군요?

실제로 20대 내내 온 유럽을 돌며 안 먹어 본 빵이 없는 내 빵순이 친구가 이제까지 먹어본 까눌레, 휘낭시에 중에 여기가 제일 맛있다며 극찬한 바 있다. 

우디: 네. 앤이 우리 카페 파티시에니까요.

나: 아 파티시에가 따로 있으시구나. 몰랐어요.

우디: 이 카페는 제가 로스터, 그리고 남자분 잘생긴 친구 있잖아요. 그 친구는 10년 차 프로바리스타예요. 앤은 파티시에. 여기는 알바 하나도 없어요. 저는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 두 친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모두 주 5일 근무로 계약했어요. 카페에서 주 5일 근무, 사실 조금 어렵거든요. 그래도 이 친구들 최대한 대우해 주고 싶은 마음인 거죠. 주 5일 근무에 연차도 따로 줘요.

나: 아니, 그게 맞는 거긴 한데⋯⋯.

우디: 전 그래야 이 공간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나: 근데 그게 다 아는 건데 쉽지 않은 거잖아요.

우디: 그냥 기본적인 철학인 거죠. 무언가를 키우려면 시스템을 만들어야 되고 그 시스템은 정상적이어야 한다.

사실은 이제 주 5일은 정상적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운영해야 젊은 친구들이 오고 그래야 키울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2호점을 열 때도 그럴 거예요. 처음부터 2호점까지 생각하고 시작했거든요. 

나: 아, 이래서 유럽 다 돌아다닌 제 친구가 여기가 자기가 먹어본 휘낭시에 중에 제일 맛있는 곳이라고 했나 봐요.

우디: 정말 감사하네요. 앤 이라는 친구가 정말 까다롭게 만드는 것이 거든요. 재료도 까다롭게 고르고, 하나로도 남으면 당일에 그냥 버려요.

나: 아이고.

우디: 저희는 구움 과자는 당일 판매만 해요. 이건 이상적인 일이죠. 그래서 힘들기는 해요. 점주 입장에서는 되게 아깝고 그랬죠. 근데 그렇게 하니까 맛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요. 여기 오신 분이 다른 분들에게 저희 카페를 추천해 주시는 것도 그런 이유 같고요. 

나: 맞아요. 저도 엄마가 추천해 줘서 처음 오게 된 거였어요.

우디: 그니까 몇 가지 노력이 쌓이는 것 같아요. 아까 얘기한 직원들이 주 5일 근무하면서 적어도 이틀 쉬고 에너지 있게 일할 수 있게끔 환경 만들어주는 것이나, 재료 좋은 거 쓰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당일 판매 못한 건 버리고 뭐 이런 노력들이요.

시간이 흐르는 대로 쌓이는 일이 있더라구요. 그럼 저도 돈을 벌겠죠? 돈 좀 벌었으면 좋겠어요. 

나: 앗!

우디: 아, 이제 벌어요. 조금씩 벌고 있어요.

다행입니다⋯⋯. ‘안녕 우디’ 영원해. 절대 망하지 마.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나도 작사를 내 평생의 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랬던 마음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나: 어떻게 평생 일로 커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우디: 아까 얘기한 그거예요. 저 공부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커피는 그 나라에서 나오는 똑같은 콩들도 해마다 작황에 따라 다르고 또 볶는 것도 다르고, 로스팅 기계도 계절을 타고, 결국엔 커피 만드는 사람 손을 타서 그때그때 달라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공부해야 되니까  그게 재미있어요.

나: 전 공부 안 좋아하는데.

우디: 그게 심각한 수학 공부가 아니라서 재밌는 거예요.

아닌데? 수학 공부'도' 싫어하는 건데? 그래도 수학만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해 준 그가 고마워 가만히 있었다. 그는 이어서 로스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얘기하다가 문득 꿈이 있다고 했다. 

우디: 여행을 좋아하는데 예전에는 그냥 쇼핑하는 여행을 했고 결혼한 이후에는 와이프 꿈을 실현하는 여행들을 했어요. 와이프의 꿈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롤러코스터를 타보는 것이에요. 와이프는 한 80% 정도는 한 것 같아요. 해외에 있는 롤러코스터는 매년 나가서 다 탔거든요. 이제는 별로 탈 게 없을 정도로 다 탔어.

이제 제 꿈은 이제 과테말라나 에티오피아나 케냐에 가보는 거예요. 여행을 가서 내가 볶을 콩을 사서 먹어보고 직접 사보기도 해보고. 이제는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은 거죠. 지금부터 한 10년 걸리겠죠? 근데 그런 여행을 이제 하고 싶은 거예요. 단순하게 거기 유적지 보고 이런 거 말고 내 일과 관계된 여행이요. 그러면 나중에 재밌게 잘 살았다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제가 에티오피아를 가보고 싶었겠어요? 케냐를 가보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근데 이제는 페루도 가고 싶고, 과테말라도 가보고 싶고. 커피 벨트에 있는 나라들을 가보고 싶어요.

나: 평생 가는 일의 기쁨을 아시는 것 같아요.

우디: 맞아요. 이게 누구는 그게 비전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좀 이렇게 멀리 보는 꿈이 있어야 이 일을 하는 지금의 힘듦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단순하게 이번 달도 물론 숫자로 그날그날 보여요. 오늘 매출, 이번 달 매출. 보이죠, 바로. ‘이번 달은 무슨 상품이 8개가 나가야 돼.’ 뭐 이렇게요.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일이 너무 재미가 없거든요. 그냥 '이렇게 차곡차곡차곡 해서 내가 이렇게 갈 거야.'라는 비전 하나로 사실은 오늘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나: 그쵸. 우리나라는 스몰토크 하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까.

우디: 네 그래서 저를 포함한 바리스타랑 파티시에 이름을 모두 영어로 한 것도 있어요. 아무래도 호칭이 주는 영향이 크니까요. 바리스타는 이름이 R이고 파티시에는 앤인데, 두 사람이 있을 때도 손님이 “안녕 R(앤)!” 이렇게 인사하시면서 들어오시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저희끼리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는데도 도움이 되고요. 호칭이 주는 위계가 엄청나거든요. 

나: 정말 회사를 다녀보신 분이군요. 다닌 자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것.

우디: 직장 생활한 경험들이 이 안에 다 녹아 있는 거죠. 아 그래서 말인데, 이건 손님들을 위한 것은 아니고 카페를 창업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나: 뭔가요?

우디: 요즘 저한테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이 많거든요. 

‘저도 이런 카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돼요?’

근데 카페를 하시려면 철저하게 준비하셔야 돼요. 왜냐면 카페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거든요? 근데 쉽게 창업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인지 실패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그냥 단순히 돈을 벌고 싶으시면 프랜차이즈를 추천드리고, 내 브랜드로 뭔가를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로스팅부터 배우신 다음에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나: 너무 중요한 말인 것 같아요. 왜냐면 이게 카페를 낸다는 건 사업자를 낸다는 거고, 그건 하나의 회사를 만든다는 거잖아요. 

근데 이게 ‘나 회사 차릴 거야’라는 거랑 ‘나 카페 차릴 거야’ 이 두 말이 되게⋯⋯.

우디: 무게감이 다르죠. 똑같아야 돼요.

나: 이래서 성공한 사람은 다르다는 건가 봐요.

우디: 아직은 아녜요. 이제 성공할 거예요.

우리 동네의 최애 카페가 되고서는 아직이라니! 역시 성공한 사람의 욕심은 뭔가 다르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약간 ‘(전격)☆★ 우리 동네 최애 카페 사장님 인터뷰☆★(공개)’ 이런 느낌의 가볍고 귀여운 인터뷰를 생각했는데, 대화하는 시간 내내 담백한 어투지만 진심을 담은 그의 말들에서 제대로 일해본 사람의 관록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인터뷰인데도 엄청나게 많은 걸 배운 느낌. 앞으로 나올 뉴스레터 내용이 더 기대되지 않나요? 난 그런데. 우하하. 

마지막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시간 내어줘서 고마워요~ 우디! 

그리고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요.

그럼 다음주 수요일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