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의 세계

#1 반짝반짝 굿즈 별세상

포토카드, 시즌 그리팅(새해를 맞아 판매되는 굿즈 모음 세트), 향수, 인형, 쥬얼리, 잠옷, 가구, 장난감, 화장품, 베이커리까지. 가히 굿즈의 세계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별별 굿즈가 다 나오는 요즘이다. 시중에 있는 제품 중 IP와 콜라보 하지 않은 제품군이 이제 남아 있기나 할까? 콜라보하는 제품들 뿐만아니라 IP 자체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IP (아이돌)뿐만 아니라 웹툰, 웹소설, 인스타툰,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들까지! 그렇다고 다양한 IP가 생겨서 사람들의 사랑과 애정도 여러 개로 쪼개졌느냐? 아니다. 각각의 IP의 가치 또한 월등히 높아졌다. 약 4억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웹툰 가비지 타임의 펀딩 금액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웹소설, 웹툰 IP가 펀딩을 했다하면 기본으로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금액이 모금된다.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만큼 가격대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IP 관련 펀딩 상품의 최고 사양 패키지 가격을 찾아보면 보통 10만원 후반대에서 20만원까지로 그 단가가 매우 높은 축에 속한다. 제작비가 비교적 저렴한 지류 굿즈 및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단순 제작 굿즈 또한 기본적으로 같은 제품군의 가격에 비해 2~4배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더해서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점점 그 가격대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IP에 대한 별난 사랑만큼 상품 가격 또한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3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굿즈 불매 운동

굿즈 가격대가 높아지면서 최근 이와 관련한 사건들도 있었다. 바로 불매운동이다. 최근 사례로는 슈퍼 IP로 분류되는 웹소설 ‘내가 키운 S급들’과 웹툰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관련 불매 운동이 있었다. 두 펀딩에 대한 불매 운동 중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은 폭리였다. 팬들의 애정을 인질 삼아 굿즈에 높은 가격을 매겨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슈퍼 IP인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대 펀딩 금액이 모금 되었지만, 관련 커뮤니티에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해당 펀딩들은 출판사 측 사과문과 함께 모두 무산되었다.

#4 前실무자의 변

굿즈 제작 실무에 발만 담궜다 뺐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판매자(공급자)측이 어떤 종류의 악심을 품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지극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뿐이다. 굿즈를 판매하는 기업의 기본적인 논리는 ‘살 놈은 산다.’이다. 가격을 일반 제품에 비해 훨씬 높여도 (물론 그래도 상한선이라는 게 있지만) 살 사람은 산다는 것이다. 즉 가격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이다. 가격을 낮게 팔아도 100명이 사고, 높게 팔아도 100명이 산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결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출이 높아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더해서 단순히 굿즈 제작비만 놓고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 IP (Interllectual Property), 말그대로 지적 재산은 무형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용 안에 제작비 뿐만 아니라 IP사에 지출해야 하는 로열티 또한 포함되어야 하며, 해당 상품이 가지는 가치에도 그 값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조건 굿즈 가격을 높이면 최대의 이익을 얻는가? 이는 IP 관련 굿즈 판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입장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IP 수익 지속 가능해!

• 적정한 가격으로 팬들을 만족시키면 팬들과의 장기적인 관계가 형성될거야.
• 인기가 많을 때 가격을 최대치로 높인다면, 인기가 떨어졌을 때는 어쩔 거야? 그때 가서 가격을 낮추면 브랜딩 측면에서 해가 될 거야.
• 반복되는 높은 가격에 팬들은 결국 장기적으로는 IP 굿즈를 안 사게 될 거야. 

• 어차피 IP에 대한 팬들의 관계는 단기적이야. 단기 이익을 최대로 높이는 게 중요해.
• 인기 있는 IP는 계속 바뀔 거야. 그때 그때 집중하는 IP를 바꾸며 최대치로 이익을 내야해
• 팬들은 높은 가격이어도 결국 매번 굿즈를 살거야.